내가 사는 곳은 아직 겨울이다. 그래도 가끔 겨울답지 않게 포근한 날씨와 따스한 햇볕에 어딜 가나 발걸음이 경쾌한 날도 있어 사는 맛이 난다. 나만 그런 건 아니다. 이런 날이면 얇아진 옷차림과 왠지 밝아 보이는 사람들의 얼굴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이런 드문 날씨를 마냥 누릴 심산으로, 나 역시 내가 종종 들리는 마트에 가던 날이다. 마트 밖 벤치에 앉아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하늘하늘한 옷차림의 한 젊은 여자에게 눈이 갔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유심히 오래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뇌리에 남도록.
그녀를 더 가까이 세심히 보게 된 것은 분명히 내가 뭔가를 잘못 봤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거의 만삭인 자그마한 체구의 여인이 그저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앉아 전화하는 느긋한 모습에 아무도 경악하지는 않는다. 분명히, 한 귀한 생명의 예비 엄마인 그녀는 한 손으로는 전화를, 다른 손으로는 연방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헉'하고 숨을 들이켜기는 했지만, 숨을 내쉴 수는 없었다.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소리는 억지로 의도적으로 죽여야 했다. 마트에 들어서서야. 나는 "오우 마이 갓!'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혼자 주절거릴 수 있었다.
설마 담배가 태아에게 얼마나 해가 되는지를 모르는 걸까. 아니면, 설마 담배의 유해성을 알면서 산모가 저렇게 담배를 피운단 말인가. 몇 번의 클릭만으로 온갖 정보를 얻는 요즘 세상에, 설마 모를 리가 있을까. 아니면, 도저히 안 피우고는 못 견디는 것일까.
온갖 생각이 맴돈다. 한 아주 어린 생명이 이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부모가 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진다. 아이가 처음 만들어지고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 자라는 신비스러운 곳. 가장 안전한 곳이어야 할 아기의 집인 엄마의 몸을 엄마 스스로 독으로 채우는 모습에 경악한 나머지 그 따스한 햇볕과 눈부신 햇살이 주는 온기마저도 나를 떠난 듯한 하루였다.
흡연은 흡연자 자신뿐 아니라 주변인에게도 아주 해롭다. 하물며 뱃속에서 자라는 태아에게는 흡연의 유해성이 얼마나 직접적이겠나?
산모의 흡연은 아기를 니코틴, 일산화탄소, 타 등의 위험한 화학 약품에 노출시킨다. 산소는 태아가 건강하게 자라게 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이런 화학 약품은 태아가 필요한 산소 공급량을 저하한다. 흡연은 또, 태아의 폐를 훼손하기도 한다.
임신 중 흡연하는 여성은 자궁외임신, 질의 출혈, 태반의 분리, 사산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그리고 임신 중 흡연한 여성의 아기는 구순구개열과 같은 기형아로 태어나거나, 조산하거나, 체중미달로 태어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체중미달인 아기는 뇌성마비, 지적 장애, 학습 장애와 같은 심각한 건강 질환의 위험이 있다.
임신 기간 중 제2 간접흠연(second-hand smoking) 역시 아기가 체중미달로 태어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간접흡연에 노출된 아기나 어린이는 SIDS(Sudden Death Syndrome:유아 돌연사 증후군)로 인해 사망할 확률이 높다. 천식, 기관지염, 폐렴, 중이염, 호흡기 질환의 위험성도 높다. 아기의 폐 발달이 느릴 수도 있다.
제3 간접흡연(third-hand smoking) 역시 아이의 건강에 큰 위협을 준다. 자동차, 카펫, 가구 등에 남은 담배 연기의 잔해가 천식이나 다른 호흡기 질환, 그리고 학습 장애와 암을 유발한다. 다른 방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도 아이에게는 별 도움이 안 된다고 한다.
산모이자 예비엄마들은 아이의 건강을 위해 자신도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 하고, 제2, 제3 간접흡연의 환경도 피해야 한다.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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