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아침이면 책이라는 책은 다 들고 나와 소파에 올려놓고 읽어 달라고 하던 기억이 난다. 열댓 권 정도 쌓인 책을 보고 나는 질겁을 하곤 했다. 두 권만 읽어도 목이 마르고 목소리가 가기 시작한다. 분명히 나의 책 읽어주는 소리에는 가끔씩 내 한숨 소리도 섞여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꼼짝없이 아이한테 붙들려 책을 읽어 주던 시절이 다 지나갔다.
누가 쓴 시에서 엄마와 아이의 삶을 말하듯이 나도 이제는 늘어져 있던 장난감을 치워야 할 필요가 없어졌다. 재워주어야 할 아이도 없다. 더이상 읽어 달라는 책도 없다. 치우고 집어 올리고 먹이고 씻기고 재워야 하던 아이의 어린 시절이 잽싸게 가버렸기 때문이다.
가끔 대학생이 되어 학교에 가있는 아이가 잘 지내나 궁금할 때가 있다. 이럴 때면 나는 영락없이 Curious George Series를 읽어주면 재밌다고 까르르 웃던 아이의 목소리가 내 귓전에 들린다. 하도 여러 번 읽어서 내게는 흥미도 재미도 없는 이야기를 매번 읽어 줄 때마다 재미있어서 어쩔 줄 모르던
4살짜리 어린 아이의 모습이 내가 기억하고 싶은 아이의 모습이라는 사실에 안타까운 생각마저 든다. 그리고 이 시절을 잠시나마 그리워 하는 모순을 설명할 길이 없음을 잘 안다.
나도 여느 엄마들처럼 빨리 크기를 바랐었고 ‘언제나 안 재워 주어도 되나’ ‘언제나 혼자 책을 읽을 수 있으려나’ 언제나 집안 가득 늘어져 있는 아이의 살림을 보며 장난감과 아이의 책들의 흔적이 없는 깔끔하고 우아한 내 집을 꿈꾸던 시절이 있었으니 말이다.
순식간에 내가 바라던 데로 아이는 커버렸다. 그런데 빨리 크기를 바랐던 어리석은 마음이 조금은 후회된다. 저절로 컸을 텐데. 느긋하게 아이의 커 나가는 모습을 인죠이할 수 있었더라면 더 많은 좋은 추억 거리를 만들었을 텐데. 하기야 지난 일은 되돌아 보는 눈은 항상 완벽한 20/20 의 시력이라고 하긴 하지만도 조금은 아쉽다.
어느 어린 자녀를 둔 부모는 책과 게임 등이 집안에 널려져 있는 것이 싫어서 옷장 안에 꼭꼭 숨겨 두는 것을 보았다. 그런 가면 발 디딜 틈 없이 사방에 아이의 책과 장난감 그리고 게임 등으로 방마다 가득한 집도 있다. 그러다 보니 도서관서 빌려온 책들과 섞여 결국은 찾지 못하고 벌금을 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어떻게 하면 아이가 크는 동안 우리의 삶에 어느 정도의 질서도 있고 아이는 책 읽는 분위기에서 자라게 할 수 있을까?
책을 보면 집어들고 혼자서도 책장을 넘기며 한참 앉아 책에 집중하는 아이가 되길 바란다면 책은 반드시 눈에 띄어야 읽게 된다. 2개의 kindergarten class 를 대상으로 조사한 Morrow’s Study 에 의하면 책에 관심이 많은 아이는 집에서 곳곳마다 책과 잡지가 놓여 있는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이라고 한다.
몇 가지 책 읽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쉬운 방법을 생각해 보자. 동시에 정리 정돈되지 않은 아이의 살림들로 인해 치이기 전에 정리 정돈된 환경의 조성도 아이의 정서에 한 몫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첫째, 아이가 소유하는 책이 있어야 한다. 물론 모든 책을 구입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그러나 특히 8살 정도까지는 같은 책을 반복하여 읽어주는 것이 중요하고 아이들도 같은 스토리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므로 몇 개의 좋은 책은 구입하여 도서관에 돌려주어야 하는 강박관념 없이 어느 때고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책은 반드시 새 책일 필요가 없다. 헌 책을 구입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가깝게는 동네의 thrift store,
library book sale, used book store, discount book store, yard sale, eBay 등에서 새 책보다는 훨씬 싸게 구입할 수 있다.
둘째는 책 바구니 구입하기다. 아니면 튼튼한 상자를 적당한 높이로 잘라 포장지나 남은 천으로 장식하여 예쁘게 만들 수도 있다. 거실, 화장실, 식탁 옆 그리고 아이 방 침대 옆 등 시간을 많이 보내는 곳에 둔다. 읽은 책은 어린 아이일 경우 clean–up-time을 하면서 제자리에 놓게 하는 습관을 길러준다. 아이에게는 좋은 습관을 엄마는 정리 정돈된 거실 또는 방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셋째는, 침대 옆 night table 에 놀 lamp 를 구입한다. 유치원을 다니는 정도의 아이부터는
bed time 후 15 분 정도 혼자 있는 시간을 주어서 책을 읽고 싶으면 읽을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15분 후에 다시 돌아와 불을 꺼준다.
삐툴빼툴 쓴 아이의 이름이 적혀있는 낡은 노란색 표지의 curious George 책이 아이가 어릴 적 지난날의 흔적으로 남아있는 것이 나에게는 참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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