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dit: flickr.com San Mateo County Library
이 글은 시리즈로 계속 될 것 같다. 조금씩 너무 길지 않게 나누어 쓰려고 한다. 비록 다른 상황에 놓여 있지만, 아이들의 영어 교육이라는 같은 목표를 가진 미국과 한국에 계신 분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엄마표 영어
‘엄마표 영어’라는 용어는 한국 웹상에서 알게 된 표현이다. 영어 교육의 열풍이 대단한 한국에서 영어 유치원과 영어 학원에 보내는 영어 교육에 반해 집에서 엄마 아니면 아빠가 직접 가르치려는 의도에서 나온 표현인 듯하다.
사실 나는 이 ‘엄마표 영어’라는 표현이 무척 맘에 든다. ‘엄마’라는 말이 그 의미와 담긴 정서 때문인지 모르지만 어딘지 모르게 푸근하고 정감있게 들린다. 아이의 교육을 많은 돈을 들여 주로 ‘맡기는 식’으로 생각하지 않고 또 이런 대세에 밀려가거나 흡쓸리지 않고 ‘엄마’가 내 아이를 직접 가르친다는 엄마 특유의 강함과 의지가 그리고 책임감을 유추해 본다.
한동안 나도 이 ‘엄마표 영어’에 대해 고심해 보았다.
어떻게 ‘엄마 표 영어 교육’을 하길 원하는 엄마들에게 생산성 있고 효과 있는 교육을 하는 데 도움이 될까 하는 고심이었다.
영어권이 아닌 나라인 한국에서 부는 ‘영어 붐’에 된서리 맞는 어린 아이들을 어떻게 좀 더 자연스럽게 자극하고, 유도하며, 동기를 부여하여 고된 외국어 배움의 길이 이왕이면 즐겁고 또 만족할 만한 결과가 있는 배움의 길로 인도할 엄마의 역할에 어떻게 힘을 실어 줄 것인가 하는 고민이었다.
그렇다고 나는 영어 교육에 대한 일가견이 있는 사람은 아니다. 다만, 나 역시 영어가 모국어는 아니고, 그러나 배우면서 살다 보니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은 이도 저도 아닌 언어에 관해선 국적이 불분명한 사람이 되고만 아이러니를 내게 주어진 축복으로 생각하며 내게 주어진 것을 누리는 사람일 뿐이다.
중학교부터 영어를 배우던 구세대로 외국으로 떠돌며 한국으로 되돌아갔다가 결국 미국에 정착해 학교에 다니고 일하고 살았다.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면서 어쩌다 보니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홈스쿨링을 하게 되었다. 이 아이가 커서 어느새 대학을 보름 전 졸업을 했다. 그리고 이 아이의 특기는 글을 잘 쓴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 영어실력이 완벽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아직도 내가 원하는 수준에 못 미처 버걱거리는 나만의 고민이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내가 쓴 글을 누가 읽어도 오래전 이민 와서 미국서 교육을 받았다지만 역시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기본적인 문법이 틀리는 어휘력과 문장력의 한계가 보이는 부족한 티가 나는 영어가 아니라, 아무도 내 배경을 눈치채기는 커녕 읽고 공감하고 좋은 글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은 것이 내가 바라보는 수준이다.
1.5세라는 이상한 레이블은 주로 남들이 나에게 붙여주는 레이블이다. 미국서 태어났으면 2세, 그러나 좀 커서 와서 미국서 교육을 좀 봤었으면 1.5세라고 칭한다. 물론 1.75세도 있을 수 있다. 나는 1.65세 정도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소위 1세 또는 1세에 근접한 대부분 이민자의 눈에 비치는 나 같은 사람은 영어를 좀 한다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바라본다. 미국에 좀 일찍 왔다는 이유로 영어를 그런대로 구사하고 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신들과 1.5세를 구분하는 데는 이유가 실은 분분해 보인다.
미국서 교육을 받을 기회를 줬다는 것과 좀 더 자신들보다는 어린 나이에 미국에 와서 영어 배우기가 수월하다는 조건에 대한 인식일 것이다. 물론 이들이 생각하는 영어 구사력의 수준은 자신의 수준을 비롯한 생각하는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상대적인 수준의 비교이다.
그런가면 20대 중반을 넘어 30대 40대에 미국에 온 사람은 30년이고 40년을 살아도 이들의 영어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다를 바가 없는 사실은 너무 당연시한다.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을 의사소통하고 자신의 삶을 혼자 해결하고 살아가는 능력이 없어 자식과 아니면 타인에게 의존하고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 이들에게는 너무 당연하고 이들을 이해하고 동정해야 한다는 인식이 오히려 만연하다.
즉, 미국에 성인이 돼서 너무 늦게 왔다는 소위 ‘악조건’은 이들의 미숙한 언어 구사력을 정당화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이런 논리가 일관성이 있으려면 미국 태생의 이민자 자녀는 달라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읽은 기사에 의하면 미국에서 태어난 이중언어 구사 고교생의 상당수도 일상생활에서 영어를 더 선호하고 있지만 독해, 작문 능력은 상대적으로 뒤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이들의 장애 요인을 이민자 가정의 태생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결론은 앞으로 이들이 사회에 나가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물론 스페니쉬 계통이 많은 LA 지역을 대상으로 한 결과이지만 한국 이민자의 자녀라고 해당이 안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인 2세 청소년을 오랜 세월 가르쳐 본 나 역시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다.
이는 무엇을 말해주나? 무조건 영어하는 환경에 있다고 해서 수준급 언어가 저절로 습득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영어 교육에 대한 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많은 미국사는 부모는 아이들의 교육에 무관심하거나 방관하는 자세다. 아니면 학교에서 알아서 배우겠지 하는 체념으로 일관하기도 한다.
물론 부모의 이런 생각과 태도에도 영어를 할 줄 모른다는 이유가 가장 큰 이유로 대두한다. 절대로 이런 현실적인 이유가 이들 부모가 둘러대는 핑계는 아니고 사실이자 현실일 뿐임을 잘 안다.
하지만, 이런 이유가 방관이나 무관심을 정당화하지 못한다. 내가 직접 못 도와주고 배우는 환경을 조성할 수 없다면 다른 방안을 찾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 가면 반대로 미국서도 무조건 몰아세우고 밀어대는 식의 획일적인 교육관에서 또한 못 벗어나는 부모도 허다하다. 이런 부모는 주로 성적표에 모든 것을 건다. 숫자나 등급이 상위권이면 대부분 자부하고 안심한다.
이런 부모가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면 미국의 교육 수준 역시 많이 저하되었고 자격이 불충분한 교사가 우리 아이를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오죽하면 “ Dumbing Us Down “ 이라는 책을 우수 교사상을 수차례 받은 Gatto 교사가 썼겠는가? 학교 교사는 아이들을 교육하는 시간보다는 평준화 시험 준비에 대부분의 시간을 다 허비한다고 불평한다는 사실을 부모들은 알고 있나? 왜 홈스쿨 하는 아이들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이유를 생각해 본적이 있나?
의식이 있는 미국 부모는 집에서 아이들의 교육에 관심을 두고 꾸준히 집에서 책을 읽어주고 책을 읽힌다는 것이다. 영어의 독해력과 작문 능력은 앞으로 아이가 고급 학문을 추구하고 사회 생활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기술이고 잘하면 할수록 큰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저절로 배우는 영어?
하물며 미국인 부모는 아이가 태어나서부터 책을 읽어주면서 어려서부터 언어 교육을 하는 데 미국에 사는 한인 학부모는 집에서 한국말만 하던 아이들이 학교에만 가면 영어는 저절로 배운다고 생각한다.그리고는 한국말 가르치는 것에 더 열중한다.
물론 나이가 어린 아이들은 금방 배우기 때문에 쫓아가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이들이 영어를 쉽게 깨우치고 학교 공부를 잘 따라간다고 해서 미국 아이들과 아이의 영어 실력을 동일시 해서는 안된다. 이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책을 지속적으로 읽어주고 집에서 영어를 쓰고 부모와 대화하면서 한국 이민자 아이들이 전혀 노출되지 못한 수준의 어휘와 표현을 듣고 자라면서 배운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부모가 학력 수준이 높으면 높을수록 아이들은 더 많은 어휘와 구사력에 익숙하게 마련이다. 집에서 수시로 정치 경제 모든 면에 대화와 토론에 노출되는 아이들과 학교라는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만 영어에 노출되고 책 한 번 읽어주지 않는 이민자의 자녀와는 이들의 영어 독해 능력과 어휘 그리고 작문 실력의 현격한 차이는 이미 결정된 사실이다.
내게는 숫자 개념이 뛰어나고 수학을 아주 잘하는 아인슈타인이라는 별명을 듣기도 한 미국서 태어난 조카가 있다. 나는 우연하게 이 아이의 수학 성적이 그리 높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산수 개념을 모르고 문제를 풀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이 아이의 영어 실력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산수와 영어가 무슨 문제가 되냐고 반문하겠지만, 응용문제(word problem)는 영어 독해력이 부족하면 풀 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미국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책을 많이 읽어 주라고 하면 아이가 혼자 읽을 수 없을 때만 하는 것으로 착각한다. 그리곤 “혼자서 잘 읽어요.”라고 대답한다.
‘왜 책을 읽어주어야 하나?’ 라는 글에서 이미 다룬 것처럼 책을 읽어주어야 하는 이유는 아이의 독해력과 어휘력 그리고 작문 능력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보통 일반적인 가정에서 대화에 사용되는 어휘는 대부분 정해져 있다. 실지로 아이들의 독해력을 좌우하는 것은 드문 어휘력이다. 그리고 이 드문 어휘는 오직 책을 통해서만 습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초등학교 수준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책을 읽어 주지 않은 아이들이 혼자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어휘를 처음 접하는가 하면, 이미 책을 많이 읽어 준 아이는 책에 나오는 많은 어휘를 쉽게 인식한다. 처음 듣는 단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확한 문장의 구조와 수없이 등장하는 문학적인 표현에도 익숙해진다. 문법은 저절로 배우게 마련이다.
단순히 책만 읽어 주었을 뿐인데, 아이가 얻는 것은 읽어주는 사람의 상상을 초월한다.
그렇다면, 한국이건 미국이건 부모가 영어를 모르는데 어떻게 아이의 영어 교육에 관여 하느냐고 반문하시는 부모님들이 많을 거다.
아이에게 영어 책을 읽어 줄 수 없는 부모님들도 책 읽어 주는 것의 중요성만 인지하면 방법은 다양하다.
오디오 테이프를 도서관에서 빌리기도 하고 구매해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면 된다. 아이들과 같이 듣고 같이 책을 읽으면서 같이 배운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집에서 투더링을 하는 경우도 문제집만 푸는 식보다는, 교사에게 아이의 리딩 수준보다 좀 높은 책을 읽어 주도록 하면 된다. 아니면 책 읽어 줄 수 있는 고등학생을 고용하는 것도 아이디어다. 아니면 옆집에 은퇴한 노인이 살면 하루에 30분씩만 부탁해도 어디겠나.
도서관에서 하는 프리 스쿨러나 유아를 위한 스토리 타임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인터넷에도 수도 없이 많은 책 읽어주는 프리로 사용할 수 있는 자료가 가득하다.
아이가 남보다 먼저 글을 읽기 시작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아이에게 꾸준히 실력이 늘어갈 수 있게 책을 지속적으로 읽어주고 책 읽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가능하면 아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책을 읽어준다. 만약 이 시기를 놓쳤다면 신생아 때부터라도 꾸준히 읽어주자.
* 영어권이 아닌 한국에서 영어 책 읽어주는 방법은 구체적인 방법은 나중에 쓰려고 한다.
엄마 표 영어 교육 5
'Kids and Learn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 표 영어 교육 3 (2) | 2010.06.22 |
---|---|
엄마 표 영어 교육 2 (2) | 2010.06.11 |
킨더가든 (취학) 준비 3 (0) | 2010.05.19 |
킨더가든 (취학) 준비 2 (0) | 2010.05.13 |
킨더가든 (취학) 준비 1 (0) | 2010.04.2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