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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상황과 현상에는 예외가 있게 마련이다. 언어습득도 각 개인이 타고난 재능이라는 변수를 무시 못한다. 그렇다고 모국어든 외국어든 언어 숙달에 적용되는 일반적인 방법론마저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내가 배워온 방식에 매여 효과가 없는 줄 알면서도 같은 방법 전수를 고집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언어 배우기의 기본적인 원칙을 무시하고 단시일 내에 소위 ‘정복’하는 식의 개념이나 인식에서 벗어나야, 좀 더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방안이 생긴다고 본다.
먼저 집에서 아이들의 영어 교육을 하고 싶어하는 부모는 영어라는 언어의 특성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영어의 특성
처음 배워야 할 것이 많지 않을 때는 쉬어 보이고 해낼 수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것이 영어라는 언어다. 하지만, 점점 배우면 배울수록 모르는 것은 더 많아지고 배워도 한도 끝도 없다는 것을 알아지게 된다는 아이러니가 있다. 예를 들면 같은 어휘지만 뜻과 사용 도가 다르다. 이런 차이를 모르면 문맥을 이해 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헛수고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자신이 어디쯤 서있는 것이 보이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음을 아는 것은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온 사람만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진전이 없었다면 항상 시발점에 서 있거나 겨우 몇 발자국 진도가 나가지 않은 상태일 것이다.
이렇게 영어가 해도 해도 어렵다고 느껴질 무렵에 사람들은 대게 배우기를 포기한다. 그런 가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당연히 지루하고 생산성 없는 사이클을 반복하다 보면 배우기를 포기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실은 원점으로 돌아가는 대신 꾸준히 하다 보면 나는 배움의 진도를 못 느껴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독해력이 향상되고 내 것이 되는 어휘가 쌓여져 간다.
반면에 지금 까지의 노력과 성취는 내가 이만큼 할 수 있다고 과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금 까지의 노력을 칭찬하고 위로하며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 목적 달성을 위한 과정에 불과함을 안다면, 겨우 초등학교 수준에서 영어를 ‘잘하고’ ‘못하고’를 쉽게 말할 수 있는 성격 또한 아니라는 것이다.
분명한 목표가 있고 이에 따른 플랜이 있다면 다소 시간이 좀 더 걸린다고 낙심할 이유는 아니다. 하나하나 짚고 넘어간다고 생각하면 그다음 단계가 오히려 쉬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가면 남과 비교해서 좀 더 잘한다고 해서 언어를 완전히 습득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 또한 알아야 한다. 오히려 우쭐하는 마음이 아이의 노력을 방해하고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마라톤을 달리는 것과 같은 것이 영어 교육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국의 영어 교육에 대한 난무하는 방법론과 나름대로 원칙 없는 기준과 잣대로 이제 갓 피어나고 배움의 현장에 들어서는 많은 어린아이들을 평가하고 의욕과 동기마저 싹 쓸어가는 평가 제도를 보며 안타깝다.
물론 한국적 풍토라는 변수를 전혀 고려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외국어를 배우는 어려운 길을 필요 이상으로 더 어렵게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잘한다.’와 ‘못한다.’라는 평가하는 레이블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즉, 비교에 의해서 배움의 진도와 능력과 실력의 수준을 판단한다. 물론 나름대로 이런 평가가 필요하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 배우기 시작하는 어린아이들에게 ‘뒤진다’ ‘못한다’ ‘못 쫓아간다’라는 부류의 미래의 성취까지도 이미 판단하고 결정해버린 결과 중심적이고 절대적인 표현은 실은 이들 앞에 있는 많은 세월과 가능성을 볼 때 절대로 입 밖에 내어서는 안 되는 표현이다.
언어 습득은 언제나 진행 중이고 누구나 배움의 여정과 과정 중 어느 정점에 서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거북이와 토끼’의 우화에서처럼 초등학교 수준에서 남보다 앞서 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평생을 그와 같은 속도로 영어를 배워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반대로 거북이걸음을 한다고 해서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라는 법 또한 없는 법이다.
좀 더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특히 부모가 외국어를 터득하는 이 평생 학습의 성격을 잘 이해한다면 너무 조급해할 필요도 또 쉽게 낙심할 필요도 없어진다.
특히 영어가 세계의 공용어가 되다시피 한 요즘, 세계 어느 곳에서 무슨 직업에 종사하든 영어를 잘 구사할 수 있어야 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입시를 위한 영어 교육이라는 짧은 시야에서 벗어날 필요성이 있다.
소위 글로벌 시대인 지금과 같이 너무도 많은 자료와 널려져 있던 때도 없었다. 그만큼 내 환경이 허락하는 학교, 학원, 교사에만 의존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되었다. 일률적인 방법만이 존재하는 시대가 아니다. 이 틀에 안 맞으면 제외된다는 인위적이고 비현실적인 사고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초등학교부터 올바른 시각을 가지고 아이가 영어와 친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첫 단계이다.
사람은 어느 체험이든지 지속적인 고통이 따른다면 피하려고 하게 마련이다. 내게 자질이 없다고 생각하면 포기하게 마련이다. 영어 교육도 마찬가지다.
너무 강요하고 억지로 시키거나 잘 못하면 나무라는 식의 교육은 아이의 동기를 앗아가고 아이가 영어 공부를 고욕스러운 것으로 동일시하게 하는 비생산적인 방식이다. 아이가 흥미를 잃지 않도록 칭찬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유도하고 접근하는 것이 특히 어린 초등학교 학생에게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하나씩 배워가는 노력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말자. 대신 ‘못 한다.’ 또는 ‘못 쫓아간다.’ 아니면 ‘이 실력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라는 식의 말은 절대적으로 삼간다. 이런 표현은 갓 배우기 시작한 아이에게는 독약이나 다름이 없다.
외우는 것도 반복을 통해 익숙해지고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도록 해야지, 무조건 억지로 마구 외워서 외우는 것을 해냈다고 이것이 진정한 배움은 아닐뿐더러 지속적으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잘 못 들어선 길은 어렵게 가도 가도 목적지에 도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미리 준비해서 신중하게 선택한 길은 시간도 낭비 안 하고 계속 가다 보면 목적지에 도달한다는 확신이 있어 이 긴 여정이 즐거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마라톤을 달리는 사람은 자신의 콘디션을 조절해야 한다. 너무 처음부터 에너지를 다 소진하면 중간에 탈락할 수밖에 없듯이 배움이라는 큰 틀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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