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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은 꽤 추웠다. 오랜만에 눈 구경도 실컷 했다. 벽난로에 장작도 수없이 태웠다. 봄이 시작되었다는데. 어제도 비가 눈으로 변해 소복이 쌓였다. 이젠 계절의 변화가 간절해진다. 빈 나뭇가지마다 파란 잎으로 채워지고, 누런 잔디도 연두색 옷을 입고 여기저기 노란 수선화와 각양각색의 튤립이 고개를 내미는 따뜻한 계절. 더는 움츠려들지 않고, 추위 때문에 재촉해야 하는 걸음 대신 느긋하게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책할 수 있는 날들 말이다.
[제 블록을 방문해주시는 많은 분도 책 소식 기다리셨나요? 저는 엄마의 갑작스러운 병환으로 간호하느라, 또 엄마를 보내고 나서 분주한 일 때문에, 일이 손에 안 잡혀 자연히 블로그에 소식을 못 전했습니다. 저는 아직도 구멍난 가슴 한 켠에 서늘한 바람이 계속 스며들어 아리지만, 그동안의 엄마와의 추억으로 채워봅니다.]
by homeschoolmom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세월이 참 덧없다 싶다. 엄마와 나는 꼭 내 나이만큼의 세월을 같이 지냈다. 엄마는 신문 읽는 것을 아주 좋아하셨다. 스크랩도 많이 하셨다. 누렇게 변한 스크랩한 신문지가 세월을 보여준다. 음식, 정치, 건강, 역사 등등 다양한 빨간색 연필로 밑줄까지 쳐가며 열공하셨다. 내가 모르던 엄마의 단면을 유품을 정리하며 알게 되었다.
그리고 보니, 어릴 적 우리 집에서는 신문이 아주 중요했다. 아침저녁으로 오는 신문의 잉크 냄새가 어린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던 시절, 양팔을 한껏 벌려 붙들고 신문을 읽지만, 모르는 단어투성이라, 마루에 걸터앉아 부엌에서 일하는 엄마에게 물어보곤 했다. 아버지는 그 당시 신문에 연재되던 꽃에 관한 전설을 스크랩해서 모은 길쭉하고 두툼한 '신문지 책'을 내게 주셨다. 선물이었다. 너무나도 재미있는 읽을거리가 생겨 기뻤던 그 마음, 나를 생각해 주는 특별한 그 마음이 평생을 갔다. 나와 책은 이렇게 가까워졌다.
어린 동생을 재우는 엄마의 등 뒤에서 나는 책을 읽고 있었고, 어릴적 길고 긴 겨울밤도 온돌방에 엎드려 동화책 속의 딴 나라에 빠져 지냈다. 같은 책을 읽고 또 읽어도 너무 재미있었다. 커서는 자연히 국어 시간은 가슴 뛰게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었고, 내가 제일 잘하던 과목도 국어였다.
아이는 책을 보고 본능으로 끌리는 것이 아니다. 책에 담긴 내용이 재미있고 책을 읽는 것이 즐거움과 쾌감을 주는 것을 알 때 책에 끌린다. 그래서 아이가 글을 읽기 전부터 책을 읽어주는 것이다.
특히 영어는 읽는데 시간이 많이 안 걸리는 다른 언어와는 달리, 아이가 혼자 글을 읽기 전에 많이 들어야 하는 언어적 특성이 있다. 아직 글을 못 읽는 아이가 킨더가든에 들어갈 무렵 아이의 어휘력이 평생 아이의 영어 실력을 좌우한다는 연구가 있다.(책 읽어주기와 독해력의 연관성 참조) 들은 어휘가 저수지의 물처럼 어휘의 저수지가 돼 아이가 말하는 어휘가 되고 글로 표현하는 어휘로 넘친다. 일상에서 대화를 통한 어휘력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어야 한다. 책을 읽으라고 강요해서 읽어지는 것이 아니다. 아기적부터 책을 읽어주고 책이 얼마나 재미있는 것을 아는 아이만이 책을 스스로 즐겨 읽게 된다.
여러분, 봄이 오고 있습니다. 씨앗에 관한 책. 새에 관한 책. 봄에 관한 책. 많은 넌픽션을 읽어주고 같이 탐험하면 좋은 계절이 오고 있습니다. 모두 Happy Reading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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