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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ds and Photo Story

The Bremen Town Musicians

by mk in us 2013. 3. 19.

The Bremen Town Musicians by Hans Wilhelm

그림 형제의 유명한 전래 동화인 The Bremen Town Musicians는 잘 알려진 책이다. 독일의 전래 동화이다 보니 내용의 핵심은 같지만 다양한 번역이 나와 있다. 오래된 책은 절판되는 동시에 새로운 번역물은 계속 나온다. 삽화도 다양하다. 그래서 사람마다 좋아하는 버전이 다르다. 

내가 가진 책 역시 중고 서적 상점이나 주로 thrift store에서 만나는 책이다. 내가 이 버전을 좋아하는 이유는 물론 지금까지 출판된 책 중 어떤 기준에 근거해 신중하게 엄선한 책인 까닭은 아니다. 이 책은 1992년도에 출간된 책으로 우리 아이가 킨더가든에 다닐 적 아이에게 읽어주던 책이다. 아마도 Scholastic Book Club Catalog을 통한 책 구매였을 것이다. 

그때 그 책은 책을 읽어주면 그렇게 재미있어하던 아이의 웃음 소리만 남겨두고 사라진지 오래다. 점차 내 기억 속에서도 사라졌지만, 어느 날 중고품 가게에서 이 책을 보는 순간 타임머신을 타고 20년 전으로 돌아가 아이는 어리고 나는 젊던 시절 어느 날이 눈앞에 벌어졌다. 

방바닥에 엎드려서, 때로는 바로 옆에 바짝 붙어 앉아서, 어느 날은 학교에서 오자마자, 아이가 심심해하면, 아무 때나 아이가 요청하면 책을 읽어주었다. 목소리는 지쳐가고 기운이 나질 않아 재미없게 읽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는 같은 대목만 나오면 깔깔거리며 좋아하던 아이에 대한 기억이 부추긴 충동구매였다. 

 

 

아이가 다 크고 난 뒤에도 내가 동화책을 좋아하고 사는 데는 단순히 동화책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은 아니다. 아이가 글을 읽기 전부터 책을 읽어주었다. 같이 책을 읽는 행위와 책의 스토리로 나는 아이와 연결되고 아이의 반응을 직접 보고 들으며 내 아이를 알아갔다. 

글과 그림이 어우러져 있는 책을 보면서 아이는 종이에다 항상 뭔가를 그리고 뭔가를 썼다. 도저히 해석할 수 없는 그림. 감히 'art'라는 말을 떠올릴 수도 없는 그림을 그리던 시기를 지나, 아이는 점차 자신의 삶에서 일어난 일을 함축해서 그림으로 표현하고 글을 적어 넣었다. 때마다 카드를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을 적어 주었다. 그러고 보니 아이는 이렇게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배워갔다. 

책은 나와 아이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했다. 엄마인 나는 책을 읽어줄 때야 비로소 아이의 수준에서 세상을 보고 아이의 관점으로 세상을 이해했다. 책을 읽어 줄 때만큼은 서두르지 않았다. 아이가 가고 싶어하는 속도에 맞추어 페이지를 넘기면서 시간을 재촉하지 않았다. 아이가 더 머물러 있기를 원하면 더 머무르고, 다시 돌아가기를 원하면 페이지를 거꾸로 넘겼다. 책을 읽어줄 때만큼은 아이의 의사를 존중했다. 아이는 공부하지도 않았고, 나는 공부시키지도 않았다.

아마도 그 시절의 추억 때문에, 다시 하면 더 잘할 수 았을 것 같은 아쉬움도 십분 작용한다. 내가 이런 책들을 사는 심리에는.

 

아이와 같이 읽던 책이어서인지 Hans Wilhelm의  The Bremen Town Musicians이 내겐 제일 친근감이 간다. 작가이자 삽화가인 Hans Wilhelm은 이 스토리의 배경인 독일 브레멘 출신이다. 자신이 어려서부터 듣고 자란 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요즘 시대의 어린이에게도 들려주고 싶어 책을 썼다고 한다. 선이 부드러운 그의 삽화는 만화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주인공 동물들은 따뜻한 색으로 강도들은 찬 색으로 대조를 이루는 수채화가 아주 정감이 있다. 특히 이미 사이즈가 큰 책의 두 페이지에 걸쳐 그려진 큰 삽화에서는 스토리가 저절로 살아나고, 사람과 동물들의 과장된 표정은 스토리의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늙어 기운이 없어진 나귀가 주인에게 소용이 없어지자, 나귀는 주인의 의도를 눈치채고 도망가기로 한다. 브레멘에 가서 그 동네 뮤지션이 되리라 마음먹는다. 브레멘을 가는 도중 같은 신세인 개와 고양이, 그리고 수탉을 만나 동지가 된다. 갈 길이 먼 이들은 하룻밤을 지내기 위해 나무 위아래에 각자의 처소를 마련한다. 하지만 너무 불편하다고 여겨 나무 꼭대기에서 자려던 수탉이 두리번거리다 먼저 발견한 집을 향해 간다. 

불빛을 따라 집을 찾아가 보니 진수성찬이 차려진 강도의 집이었다. 동물 넷은 머리를 맞대고 꾀를 내어 강도들을 놀라게 해 숲으로 도망가게 한다. 허기가 진 동물들이 배불리 먹고 피곤함에 지쳐 잠이 든 사이 강도 두목은 부하 하나를 집으로 보내 알아보게 한다. 부엌에 들어가 불을 켜려고 하자 고양이가 깬다. 어둠 속에서 번쩍이는 고양이의 눈이 석탄인 줄 알고 불이 키려다 고양이의 심기를 건드린다. 잽싸게 날라 고양이는 강도를 할퀴고, 놀라 고함치며 뒷문으로 도망치는 강도를 개는 쫓아가서 다리를 문다. 나귀도 킥을 한 방 날린다. 이들의 난동에 잠이 깬 수탉도 목청을 다해 소리를 지른다.

혼비백산해서 도망간 강도는 집에 긴 꼬리로 나를 할퀸 마귀와 칼로 내 다리를 찌른 괴물, 방맹이로 나를 때린 무서운 거인, 그리고 '저 도둑을 잡아오라고' 소리 지르는 판사가 지붕 위에 있다고 보고 한다. 겁이 난 강도들은 도망가고 다시는 집에 나타나지 않는다. 그리고 네 명의 뮤지션들은 새집을 아주 좋아하고 여기서 오랫동안 같이 산다. 브레멘에는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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