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동네 Thrift Store에서 만난 두 권의 책. 미쓰마사 안노(미국선 애노, 또는 아노라고 발음한다.)의 책들이다. 그 중 하나는 절판된 책이다 보니 단돈 일 이불에 횡재하는 기분은 스릴 만점이다. Treasure Hunting에 동행한 남편은 "그거 좋은 책이지?" 하는 걸 보니, 나 혼자 좋아서 실실 웃기라도 했나 보다. 집에 돌아와서는 엄마가 나중에 손주들에게 읽어 줄 아주 좋은 책을 샀다고 아들에게 자랑도 한다. 꿈보다 해석이 좋다.
실은 일본인 미쯔마사 안노의 책은 쉽게 읽어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대부분 그림만 있고 글이 없다. 글이 있다면 한 페이지에 아주 간단하고 짧은 문장 하나가 전부로 그는 진정한 미니멀리스트다. 글이 없는 wordless book은 머릿속에 안개가 자욱한 느낌을 받는다. 막연함에 당황하게 된다. 스토리가 담겨있고 순서가 있으며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지만, 아이들만큼도 잽싸게 알아차리지 못하는 당혹감도 있다. 이미 글이 가득한 책에 익숙하다 보니, 내가 작가가 되어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강박감도 따른다. 아이 앞에서 긴장하기도 한다. 그래서 쉽게 손에서 내려 놓기도 한다. 아니면 아예 제쳐놓기도 한다. 글이 없다는 이유로 가치 없는 책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Wordless book은 글이 없기에 더 유심히 들여다 보아야 하는 책이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 이만큼 좋은 책이 없다. 특히 아노의 책은 더 그렇다. 다행히 책 제목이 어느 정도는 책의 의도를 시사한다. Anno's Counting House는 Notes to Readers를 포함한다. 이 책의 내용과 사용하는 법을 설명해준다. 책을 읽어주는 사람이 질문하면서 적극 리드해 나가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숨겨진 수학적 개념을 다양하게 그림을 통해 가르칠 수 있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잰틀한 방법으로 어린아이들에게 숫자 개념을 소개할 수 있는 책이다.
Anno's Counting House는 열 명의 어린이를 소개를 받는다. 다섯 명의 소년과 다섯 명의 소녀들이다. 이들은 Fully furnished된 집에서 한 명씩 옆에 빈 집으로 옮겨간다. 그리고 자기의 물건들도 옮겨간다. 여기서 작가는 아이들에게 열까지 셀 수 있게 하고, 동시에 빼기 더하기를 소개한다. 집함과 부분집합의 개념도 볼 수 있다. 집의 창문을 잘라내어 열려있게 보여 아이들의 호기심도 자극하고 열려 있는 창문과 닫혀 있는 창문을 셀 수도 있다. 카운팅외에도 집의 방마다 있는 사물을 물어보아 아이들의 어휘도 가르치고 미리 알려 주어 어느 방에 무엇이 있는지 찾아내기를 해도 아이들은 재미있어할 것 같다. 아니면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wordless book의 장점이다.
Hans Christian Andeersen Medal 을 수상한 미쯔마사 아노는 전직 수학 교사다. 작가이자 삽화가로서의 그의 명성은 이미 세계적이다. 아이들에게 수학을 그림을 통해 가르치는 재주가 있어 보인다. 단순한 숫자 놀이가 아닌 다양한 수학 개념이 그의 대부분 그림책들 안에 숨겨져 있다. 누구는 아노의 책들이 어린 유치원생에서 고등학생까지도 수학의 기본 개념을 배울 수 있는 책이라고 한다.
주로 물감으로 섬세하게 그리는 그의 그림이 나는 제일 맘에 든다. 심플한 것 같으면서도 섬세한 그림. Anno's Journey는 유럽 마을 풍경을 배경으로 각 나라의 특징을 잘 묘사하고 있으며, 작은 디테일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와 같이 여행을 떠나서 길을 잃고 헤매는 기분이 들 정도로 그의 그림은 그 어느 자그마한 부분도 소홀히 하지 않은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글은 단 하나도 없다.
그의 책은 수학은 물론 지리와 사회 공부에도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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