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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ds and Photo Story

The Robin Family

by mk in us 2010. 6. 10.

by homeschoolmom

어느 날 집을 나서며 우연히 바깥 현관 처마 밑을 올려다보니 기둥 위에 지푸라기를 비롯해 얇은 나뭇가지를 모아 다부지게 만들어 놓은 새 둥지를 보게 되었다. 그 후 두 주 이상 엄마 새가 이 둥지 위에 자나깨나 앉아 있음을 본다. 알을 품고 있어 보인다. 이때부터 내 상상력은 가동하기 시작하고 이들의 삶을 당분간 추적하게 되었다. 하필 우리 집에서 둥지를 짓고 번식하기로 한 이들이 우리의 가족이라도 된 듯 느껴지는 설명하기 어려운 기분도 한몫했다.

한동안 알을 품고 앉아 있을 때는 푹 주저앉은 모습 때문에 이 새의 정체를 금방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곧 가슴의 오렌지 색이 드러나면서 American Robin임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저 새 둥지가 저렇게 높지만 않아도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로빈의 알은 그 색이 아름답기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그 특이한 빠져들어 갈 것 같은 아름다운 블루 색깔이 참 매혹적이다. 'robin egg blue'는 Crayola 회사에서 만드는 크레용 색깔 중 하나이기도 하며 심심치 않게 색깔을 묘사하는 표현으로 많은 글에 등장한다.

credit: flickr.com by henna lion


이 새 둥지를 발견한 후부터 문을 열고 로빈네 둥지를 바라보는 것이 어느덧 나의 일상이 되어가고 카메라에 이들의 모습을 담는 즐거움도 빠질 수 없는 나의 일과가 되었다. 

엄마 로빈이 둥지에 앉아 있는 모습 외에는 별 이벤트 없이 평범한 나날이 흘러가던 중 드디어 엄마 로빈이 자리를 떴다. 그것도 한참을 안 보인다. 대신 알을 깨고 새끼가 세상 밖에 나왔는지 새 둥지에서 희미한 새의 쩝쩝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마도 엄마 새는 갓 태어난 새끼의 먹이를 찾아 나선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순식간에 엄마 새는 둥지로 날아들고 그의 입에는 새끼를 먹일 벌레가 야무지게 물려 있다.

아직 새끼가 어려 잘 받아먹지 못하는지 수차례 주둥이를 둥지에 박은 후에야 새끼가 받아먹는 것 같다.

by homeschoolmom

점점 갈수록 로빈 둥지는 시끄러워 간다.  나머지 새끼들마저 더 세상 밖으로 나오고 배고프다고 지 저 데나 보다.  그리고 커가면서 가끔 어린 새끼들이  주둥이를 둥지 밖으로 내민다. 밥을  먹이고 난 후에도 엄마 로빈은 비바람과 난데없는 눈바람 그리고 적으로부터 어린 새끼들을 보호하는지 계속 새끼를 품어준다. 아니면 아직 알을 깨지 못한 늦둥이가 있는지도 모른다.

by homeschoolmom


자주 둥지를 비우기 시작하는 엄마의 분주해진 모습과 둥지 안이 유난히 더 시끄러워진 거로 보아 새끼가 다 알에서 깨어난 모양이다.  아니다가 다를까 엄마 새가 집으로 돌아오니, 새끼들이 목을 길게 빼고 엄마에게 입을 쩍쩍 벌린다. 아직 털도 듬성듬성 나 예쁘지 않은 새끼들의 모습이지만 이 엄마 새에게는 얼마나 귀하고 예쁜 자식들일까? 

by homeschoolmom

엄마 로빈이 입에 물은 벌레도 이제는 하나가 아닌 셋이다. 그리고 전보다 엄마 로빈이 둥지를 자주 비운다. 가장 중요한 새끼들 먹이를 구하는 임무에 충실하기 위함이다. 저렇게 먹이를 문 채 한참을 담장 위에 앉아 있는 이 엄마 로빈도 나름 엄마 노릇이 쉽지 않다고 생각하며 앉아 잠시 쉬어가는 것일까? 아니면 그동안 누리지 못한 자유로움과 한가함을 누리는 중일까? 나의 상상마저도 엄마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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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를 중심으로 한 로빈 가족이 있으리라 짐작해본다. 둥지와 우리 집 주변을 맴도는 이 정체불명의 로빈은 누구일까 궁금해졌다. 하는 짓이 영 엄마 로빈과 다르다. 가까이 보니 유난히 머리가 새카만 로빈이 바로 수놈이다.


셔터를 계속 눌러도 가끔 카메라를 향해 머리를 돌리는 것이 전부인 암놈은 수십 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으리 만치 조용하고 차분하다. 신기할 정도로 한 자리에 오래도록 앉아 있다. 이런 천성은 아마도 알과 어린 새끼를 진득이 앉아 품기에 그런가 보다.

그런 가면 이 아빠 로빈은 무척 시끄럽다.그리고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지붕에서 담장으로 뜰로 아니면 둥지로 날아다니기에 바쁘다.  이들도 엄마와 아빠의 다른 역할이 현저하다.

아빠 로빈은 둥지와 새끼를 지키는 파수꾼이다. 그리 시끄럽게 지 저 데는 것이 바로 자기 가족을 보호하는 그의 방식이다. 그리고 수시로 먹이를 물어다 새끼를 먹인다.

이들의 세계에도 새끼를 보호하고 먹이고 키우는 본능이 이들을 지배함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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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에서만 기거하던 새끼 중 하나가 현관 난간에 앉아 있는 모습이다. 제법 털도 많이 났다. 아직은 내 주먹만 한 크기지만 점점 커가고 종횡무진 나뭇가지 사이로 담장 위로 쉴 새 없이 날아다닐 날이 머지 않다. 혼자 먹이도 찾아 먹으면서 엄마 아빠로부터 독립한다. 이것이 사는 이치다.
 

by homeschool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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