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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ds and Photo Story

Thanksgiving Day 2011

by mk in us 2011. 11. 25.



참 오랜만에 조촐한 수수감사절이다. 우리 세 식구만의. 아무 캐도 명절 기분이 덜 나지만, 시간에 맞추어 음식 장만하는 스트레스는 없어서 느긋하게 준비한다. 하루 전날 물에 소금과 시즈닝을 섞어 만드는 브라인에 담가 두었다가 터키를 굽는 방법을  택했다.

터키에서 나온 목과 내장을 미리 끓여 그레이비 만들 준비도 한다. 다른 몇 가지 음식도 오븐에 넣을 수 있도록 미리 만들어 둔다. 나머지는 추수감사절 날 터키 굽기 전과 후에 간간이 하면 된다.

우리 집은 터키 외에 매년 같이 등장하는 사이드 디쉬들이 정해져 있다. 추수감사절만 먹는 음식들이다. 매년 무엇을 만들까 고민 안 해도 좋고, 매년 하다 보니 손에 익어 쉽게 느껴진다. 여기다 한 두 가지 새로운 음식을 추가하기도 하고, 새로운 디저트를 만들기도 한다.

올해는 그 브로콜리 크레이프 컵은 만들지 말까? 하고 아들에게 물으니, 무슨 소리냐고 펄쩍 뛴다. 자기가 무척 좋아하는 거라며. 너무 맛있는 냄새가 난다며 부엌에 들어오는 아이가 싱글벙글이다. 스터핑도 같은 레시피데로 할 거야. 엄마는 곤죽이 되게 하는 스터핑은 싫어. 드라이한 게 좋더라. 아이는 자기도 그렇다고 맞장구를 친다.
터키가 맛있게 촉촉하니 잘 구워졌으면 좋겠다며 맛있는 터키를 기대한다.

정작 추수감사절 날 기대를 한몸에 받고 구워져 나온 터키는 어째 몰골이 말이 아니다. 잠시 등한시 한 사이에 날개가 탔다. 드라이해진 터키 먹기는 정말 고욕이라 염려스러웠지만, 다행이 그 어느 때보다 촉촉하게 잘 구워졌다. 염려한 대로 브라인에 완전히 잠기질 않아 좀 더 짠 부분이 있었지만, 먹을만했다.

생전 처음 만든 피칸파이는 아들아이 말에 의하면 최고란다. 펌킨파이는 용기가 내용물보다 좀 작아 모양새가 흐트러졌다. 파이 종류는 밑이 눅눅하지 않게 높은 온도에서 먼저 굽다가 온도를 내려 굽는데, 이 역시 깜빡했다. 펌킨파이는 실패한 거 같다니, 아이는 아니란다. 자기는 아주 맛있단다. 그리고 자기가 다 먹을 거란다.  

주로 음식이 많이 남는다. 그런데 그 다음 날에는 더 맛있어진다는 아이의 말이다. 그래서 남은 음식 처리도 염려 없다.  

언제고 그렇듯이 준비하는 동안과 당일에 대한 기대가 명절 기분을 한몫한다. 음식 냄새에 기분이 좋아지고
괜히 들뜬다. 식구들이 싱글벙글한다. 음식에 대한 기대만은 아니다. 우리 집에서도 명절 분위기가 나고 우리 엄마가 터키를 굽고 엄마만의 고유한 음식을 준비하는 우리 가정의 분위기와 행복한 순간들에 대한 기대다.

설사 터키도, 펌킨파이도 완벽하지 않지만, 아이는 맛있게 먹어주고, 고마워하고 같이 있는 것을 행복해 한다.

한 해를 돌아보며 감사한다. 어렵고 힘든 시간, 낙심되는 순간들, 염려하던 시간, 기다려야 하던 시간을 같이 견뎌내고 격려하며 식구가 서로 의지하며, 같이 기뻐하며 행복을 만드는 가정과 그 안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만큼 세상에 감사한 것이 더 있을까, 잠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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